[기자의 눈] 투기꾼만 웃게 한 文정부 부동산 정책

안재성 / 기사승인 : 2021-05-10 17: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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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사업자·'현금 부자' 등 다주택 매수해 자산가치 급등
고령층 1주택자·'내 집 마련' 원하는 실수요자 고통은 가중
A(50·남)씨는 2017년말 실거주 아파트 외에 새 아파트를 한 채 더 산 뒤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 이후에도 A씨의 주택 매입은 이어졌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과 대출규제 완화 덕분이었다. 집값은 폭등했고, 지금 A씨는 아파트 세 채에 다세대주택 두 채를 보유한 자산가가 됐다.

B(64·남)씨는 현금 부자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출규제가 강화돼 실수요자들이 발을 동동 구를 때 그는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았다. 전국 각지의 주택을 현금으로 매수했으며, 그가 사는 곳마다 집값이 폭등했다. 지난 3년 간 B씨의 자산 규모는 수백억 부풀었다.

C(62·남)씨는 서울 대치동 아파트에 30년째 거주 중이며, 재작년 퇴직했다. 그런데 1주택 실거주로 오래 살았을 뿐인 C씨는 요새 세금 부담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지난해 재산세·종합부동산세로 1000만 원 넘게 냈는데, 올해는 2000만 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이다. 은퇴 후 따로 수입이 없는 C씨로서는 막막한 상황이다.

10년 넘게 전세살이를 한 D(45·남)씨는 지난해 마침내 아파트 분양 청약에 당첨됐다. 뛸 듯이 기뻤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D씨가 당첨된 아파트가 위치한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선정됐고, 하필 분양가 9억 원 이상이라 중도금 대출이 금지됐다. D씨는 눈물을 머금고 청약을 포기해야 했다.

넷 모두 기자의 지인이다. 이들이 처한 모습이 바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현실이다. 문재인 정부는 늘 "투기 근절"을 외쳐댔으나 현실은 '투기 성행'이었고, 결과는 집값 폭등이었다. 무주택 서민은 '벼락거지'가 됐고, 실수요자는 내집마련의 꿈이 아득해졌다. 1주택자는 '미친 집값'이 몰고온 세금폭탄이 부담이다. 오직 집 사재기 바빴던 투기 세력만이 웃을 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무엇을 하고 싶었던 걸까? 진심으로 투기를 근절하려 한 것이라면, 처참하게 실패했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서민의 내집 마련을 막으려 했다면, 완벽한 대성공이다. 촛불혁명 정부 세상에서 투기꾼만 웃는 이 기막힌 역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문 정부 부동산정책을 총괄한 사회수석(김수현)의 생각이 단서가 될지도 모르겠다.

"자가 소유자는 보수적인 투표 성향을 보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 영국에선 보수당과 노동당의 투표 성향이 뚜렷하게 갈리는데, 보수당이 자가 소유 촉진책을 편 것은 정치적으로도 계산된 것이라는 뜻이다. "

그는 2011년 발간한 <부동산은 끝났다> 에서 부동산 정책의 정치적 성격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래서 서민의 내집 마련을 '넘사벽'으로 만들었을까. 설마~

▲ 경제부 안재성 기자. 

U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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