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기념일은 왜 5월 1일이 많을까…"경비절감 위한 꼼수"?

이준엽 / 기사승인 : 2021-05-11 16: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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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00개 학교가 근로자의날에 개교일 맞춰
노조 "유급휴일 겹치게해 수당 줄이려는 시도"
학교측 "학교·학부모 함께 쉬는 날 고려한 것"
학교 개교기념일이 5월 1일인 학교가 유독 많다. 전국 200여 개에 달한다. 1만 2200개 학교를 분석했으니 산술적으로는 1년의 어느 특정일이 개교기념일이 될 학교는 40여 개여야 정상이다. 그러니 근로자의날에 개교기념일이 몰린 학교가 200개가 된다는 것은 뭔가 특이한 일이다. 왜 그럴까. 

▲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개교기념일로 지정한 학교의 지역별 분포도 [이준엽 기자]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부산지부는 지난달 15일 최근 2년간 부산지역의 10여 개 학교가 근로자의날과 개교기념일을 겹치도록 지정했다고 지적했다. 부산지부는 "2015년 4월27일 개교기념일을 유급휴일로 정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한 이후 공립학교에서 개교기념일을 5월1일로 바꾸는 학교가 해마다 늘고 있다"며 노동자의 '쉴 권리'를 빼앗는 학교들의 꼼수라고 지적했다. 개교기념일을 근로자의 날로 조정하면 유급휴일이 하루 줄어드는 것을 교묘하게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교육청 노사협력과 관계자는 "개교기념일은 학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또는 자문을 거쳐 재량으로 정하는 만큼 교육청 소관이 아니다"라며 실태조사도 거부했다.

부산만 그럴까. 전국 학교들의 현황을 알아봤다. 10일 교육부에서 운영하는 '학교알리미'에서 전국 학교의 기본정보를 찾아 설립일과 개교기념일이 다른 학교 중 개교기념일을 5월 1일로 정한 학교들을 조사했다. 전국 학교 중 설립일과 개교기념일이 다르고, 개교기념일을 5월 1일로 등록한 학교들은 총 200개로 나타났다. 설립일이 5월 1일과 일치하는 학교는 통계에서 제외했다.

경기도교육청 소속 학교가 65개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경남 27, 서울 24, 부산, 세종, 전북이 각 12개로 뒤를 이었다. 이중 2015년 4월 27일 이후 설립된 학교는 60개로 나타났다.


근로자의날로 개교기념일을 바꾼 학교가 가장 많은 경기도교육청 노사협력과에 해당 사안에 대해 질문했다. 하지만 관계자는 "학교의 재량으로 개교기념일이 선택된다. 따라서 노사협력과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차라리 학교정책과로 연락해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이는 재작년 울산광역시교육청과 대비된다. 울산교육청은 2019년 비슷한 문제가 불거지자 처우개선 내용을 담은 공문을 각급 학교에 전달했다. 당시 울산지역 학교 10여 개가 설립일과는 다른 개교기념일을 근로자의날인 5월 1일로 지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기자가 다시 조사해보니 울산지역 학교는 총 6개가 5월 1일에 개교기념일로 지정한 것으로 나타나 일부 학교가 개교기념일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부모님과 시간 보낼 수 있도록" vs "경비절감 위한 편법"

설립일과 달리 개교기념일이 5월 1일로 되어 있는 서울 은평구 A중학교의 한 관계자는 "설립일은 2008년 9월 1일, 원래 정했던 개교기념일은 11월 3일이었다. 그러나 11월에 중요한 시험이 있기 때문에 학교 내 회의를 통해 휴일이 많은 5월 초반으로 바꿨을 뿐 유급휴일을 빼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양주의 B초등학교 관계자는 "근로자의날이라서 학부모님들이 쉬시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쉬시는 날에 맞춰서 학교가 쉬어야 아이들도 부모님과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5월 1일에 맞춰 개교기념일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박정호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정책실장은 "몇 년 전부터 계속 문제가 되었던 부분이다. 최근 교육공무직원들이 단체체결하면서 개교기념일을 유급재량휴업일로 지정했는데 그 과정에서 일부 학교들이 임의적으로 근로자의날과 개교기념일을 합쳐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자의날이 법정휴일이라 일을 하면 통상임금의 1.5배를 받거나 추가로 휴일을 받아야하는데 학교는 이런 측면을 해소하기 위해 편법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박 실장은 지적했다.

교육공무직 노동자는 교무실무사, 스포츠강사, 시설관리, 과학실무사, 영양사, 전산실무사 등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UPI뉴스 / 이준엽 인턴기자 joon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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