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원주대, 현대문으로 옮긴 '한국 근대 민사판결문' 출간

박에스더 / 기사승인 : 2021-06-11 09: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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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개혁 후 1908년까지 대한제국 시기의 민사판결문
일제 직전까지 韓 근대 전환기의 사회상 생생히 보여줘
"한국 근대사, 법제사 관련연구 진흥시킬 것으로 기대"

강릉원주대 인문학연구소(연구책임자 이승일 교수)는 대한제국의 재판소가 1895년 4월부터 1908년 3월까지 생산한 민사판결문을 현대문으로 번역한 번역서를 출판했다.
 

▲ 대한제국의 재판소가 1895년 4월부터 1908년 3월까지 생산한 민사판결문을 현대문으로 번역한 번역서.[강릉원주대 제공]


이번 번역서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의 연구비 지원으로 학계 최초로 일반인들도 쉽게 알 수 있도록 원문을 탈초·입력하고 각주를 달아 도서출판 민속원에서 총 15권으로 출간했다.

본서에는 갑오개혁·대한제국기 한성재판소, 고등재판소, 평리원, 경기지역 재판소, 충청지역 재판소, 강원지역 재판소 등에서 생산한 약 5000 건의 민사판결문이 실려 있다.

지금까지 근대 민사판결문은 한국인들의 민사재판 절차, 법 생활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였음에도 불구하고 학계에서는 이 자료들을 활용해 연구하지 못했다. 2008년도에야 비로소 판결문 일부가 공개됐고, 해당 판결문들이 판독하기 어려운 초서체로 작성된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본서를 통해서 해당 판결문의 원문을 입력하고 또 현대문으로 번역함으로써, 한국 근대 법제사 연구를 위한 토대가 마련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본서에 수록된 민사판결문들은 한국 근대 전환기의 사회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전통법과 근대법이 뒤엉킨 시기의 자료라는 점에서 근대 전환기 한국인의 법 문화와 법의식의 변화양상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

▲ 대한제국의 재판소의 민사판결문 원문 [강릉원주대 제공]


19세기 말 한국인의 부동산(전답, 토지, 가옥, 분묘) 매매·전당·증여, 상품거래(쌀, 소금, 소, 말, 생선, 채소)·어음(환어음)거래·채권-채무·소작·가족관계(상속, 이혼, 입양, 파양) 등 당대의 사회상과 경제생활의 면모를 종합적으로 알 수 있는 자료이다.

또한 외국인 특히 일본인은 1876년 개항 이래로 한국에서 장기간 거주하면서 가옥 및 토지를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과 일본인 간의 권리 보호 및 침해를 둘러싼 분쟁도 증가한다. 일본인들은 부동산 보유 및 거래 행위를 합법화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구, 각종 재판과정에서도 치외법권을 활용해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해 나갔다.

판결문은 이러한 일본인들의 모습을 포착할 수 있는 생생한 자료들을 수록하고 있다. 특히, 1907년 재판소구성법이 전면 개정된 이후 일본인 사법관이 한국 재판소의 판사에 대거 임용되면서 이루어진 재판양상의 변화, 소송절차에서의 식민지적 근대화의 실태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들이다.

이와 함께, 사법제도의 근대화 과정뿐만 아니라 공인 기록물로서의 판결문 체제 및 서술 변화, 공문서의 이두의 활용과 쇠퇴, 한글의 보편화 등 기록관리학, 국문학 분야 등에서도 유용한 자료들이다.

이승일 교수(사학과)는 "전통 소송에서 근대 소송으로 이행하는 법제상의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귀중한 자료"라며 "한국법제사와 민중생활사에 대한 기본적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판결문 대부분이 행서, 초서로 작성되어 그동안 자료 활용에 제약이 많았다. 이번 출판을 계기로 한국 근대사, 법제사, 경제사, 사회사 등의 관련 연구를 크게 진흥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소개했다.

UPI뉴스 / 박에스더 기자 yonhap003@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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