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축사만 50분…토론 없는 정책토론회

김해욱 / 기사승인 : 2021-06-11 16: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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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 남북공동 개최를 위한 정책토론회'.

6월 국회의원 세미나 일정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주제였다. 경색된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될 수도 있을 내용이라 무게가 가볍지 않았다.

역사적으로도 체육행사 공동개최는 남북관계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했기에 진지한 논의를 기대했다. 북한과의 대화, 국민들의 지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설득의 해결방안도 궁금했다.

시작은 그럴 듯했다. 10일 오후2시 여의도 글래드호텔 컨퍼런스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여러 여당 의원들과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 여권 인사들이 줄줄이 참석했다. 국민의례와 사진촬영에 이어 축사가 시작됐다. 최문순 지사, 송영길 대표, 여당 의원들, 올림픽 관계자들의 릴레이 축사가 이어졌다. 50분이 휙 지나갔다. 1시간 30분으로 예정된 토론회 시간의 절반 이상이 축사로 날아간 것이다.

기조발제와 패널토론은 촉박하게 진행됐다. 기조발제자는 "시간 관계상 짧게짧게 넘어가겠다"라며 화면을 넘기기 바빴다. 패널 5명의 토론회는 예정시간 20분을 남겨두고서야 시작됐다.

토론사회를 맡은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토론을 길게 하지 않더라도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한다"라며 물꼬를 텄지만 정작 토론은 없었다. 패널들은 스포츠 남북교류 역사를 나열하며 공동개최의 당위성을 주장할 뿐이었다. 와중에 한 참석자는 "거 발언 좀 짧게짧게 해주세요!"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시간이 20분 가량 늘어났으나 끝까지 토론은 없었다. 시작 전 참석자들에게 "질문을 받겠으니 종이에 적어 관계자에게 전달해 달라"고 했지만 질문지는 수거조차 하지 않았다.

그럴 거면서 정책토론회는 왜 한 것일까. 토론회를 빙자한 친목회인가, 그저 의정활동 스펙쌓기인가. 행사장을 나서면서 고개가 절로 갸우뚱했다.

글래드호텔 컨퍼런스홀 오후 대관료는 800만 원에 달한다. 그 외 생수, 필기도구, 행사장 세팅비, 진행요원 경비까지 고려하면 최소 1000만 원 이상 들었음직하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박정, 양기대, 허영 의원이 주최했다.

▲ 김해욱 인턴기자

UPI뉴스 / 김해욱 인턴기자 hwk1990@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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