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의 직설] '조로남불'의 끝은 어디인가

UPI뉴스 / 기사승인 : 2021-06-24 09: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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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전 책들에서 밝혔지만 나는 조국에 대해 '너무 안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가 내로남불 발언을 너무 많이 하는 것에 대해선 '왜 저럴까'라며 신기해 하면서 비판적 생각을 갖고 있긴 하지만, 이른바 '조국 사태'와 관련해선 그를 직접 비판한 적도 없고 비판할 생각도 없다. 내가 이 사태를 보는 시각은 기본적으로 양 극단 사이의 어느 중간 지점에 있지, '10 대 0'이나 '0 대 10'이라는 식으로 어느 한쪽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지난 4월에 출간한 <부족국가 대한민국>이란 책에서 한 말이다. '메시지'보다는 '메신저'를 더 따지는 요즘 풍토에서 나의 정체를 분명히 해두는 게 독자들과의 소통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소개한 것이다. 나의 생각을 좀더 밝혀보자.

조 전 법무장관과 친분이 있는 송호근 포스텍 석좌교수는 지난 3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조 전 장관의 SNS를 통한 '정치적 활동'에 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얼마 전 '조용히 부산 내려가자'고 문자로 칩거를 권했더니 조국은 '내 아내(정경심 교수)가 저렇게 됐으니(수감 중이니) 살려야 한다'고 답하더라. 마음이 아프다." 송 교수가 느낀 아픔의 정도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나 역시 마음이 아팠다.

지난 5월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조 전 장관의 회고록 출간과 관련해 언급했다. 그는 "저런 책이라도 써서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아마 그 식구들 잘못하면 전부 우울증 내지는 무슨 정신질환이라도 걸릴 것 같아서 인간적으로 동정도 가고 이해도 간다"고 했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조국의 시간>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동시에 나는 유 전 사무총장의 다음 발언에도 공감했다. "그 동안에 아주 고고하고 거룩한 사람처럼 해 왔던 것에 비해 드러난 게 여러 가지로 좀 부끄러운 일들을 많이 했으니 장관직만 좀 사양을 했더라도 저렇게까지는 안 갔을 텐데 그냥 업보라고 생각하는 게 본인도 마음이 조금 더 위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은 그렇게 체념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어쩌겠는가. 지켜보는 수밖에. 그럼에도, 주제넘은 조언임을 잘 알면서도 조 전 장관을 위해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다. 이른바 '조로남불(조국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악의적인 비방으로 보는 걸까? 부디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 주시기를 바란다. 차고 넘치는 증거들이 있어서 나온 말임을 인정하면 좋겠다.

이미 과거에 했던 발언들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거야 어쩔 수 없을망정 이제 더 이상 조로남불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발언만큼은 자제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최근의 '좌표 찍기' 사건을 보면서 "이건 정말 아니다"라고 안타까워하면서 해본 생각이다. 이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커피숍 자영업자 배모 씨가 지난 12일 그곳에서 열린 '만민 토론회'에서 자영업자의 입장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 등이 이 비판 내용을 크게 보도하자, 15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은 '文 실명 비판했다던 광주 카페 사장님, 언론들이 숨긴 진짜 정체는?'이라는 제목으로 방송했다.

방송에 출연한 친여 유튜버 '헬마우스' 임모 작가는 "배 씨는 단순 자영업자로 토론에 나선 게 아니다"라며 "정치적 인물이 정치적 행사를 연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로 이날 조 전 장관은 자기 페이스북·트위터에 이 방송 유튜브 링크를 올렸다.

배모 씨는 MBC 방송 내용에 대해 "나를 교묘하게 태극기 부대나 일베라고 암시하는 것"이라며, 조 전 장관이 이런 방송 내용을 올린 것은 자신을 '일베 사장'으로 몰아가는 '좌표 찍기'나 다름없는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배 씨는 "전화 폭탄과 함께 인터넷에서 신상 캐기가 시작된 뒤 저와 아내, 직원들의 영혼이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전남대 86학번으로 1학년 때 운동권 서클에 들어가 6월 항쟁에 참여했던 배 씨는 "전두환·노태우 타도를 외치며 투쟁했던 대학 시절보다 두려움이 더 크다"고 했다. 배 씨는 "일베 사이트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과거 유시민의 개혁당 이후 정당에 가입해본 적도 없다"며 "교묘하게 저를 일베로 몰아가는 프레임, 여기에 교묘하게 편승하는 조 전 장관은 지금 마녀사냥, 인격 살해를 자행하고 있는 것 아니면 무엇이냐"고 했다.(조선일보 6월 17일)

조 전 장관이 이런 효과를 겨냥하고 의도적인 '좌표 찍기'를 한 건 아니었으리라 믿고 싶지만, 결과적으로 '마녀사냥'과 '인격 살해'를 유발한 책임에서 면책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누구 못지 않게 디지털 세계의 어두운 면을 잘 알고 계신 분이 그러시면 어떡하는가.

우연히 어느 종편 시사프로그램을 보다가 어느 여권 인사가 이 사건에 대해 오히려 배 씨의 발언을 키운 조선일보를 탓하는 듯한 취지로 말하는 걸 듣고서 깜짝 놀랐다. 내가 평소 거론하곤 하는 '조선일보 악마화' 또는 '조선일보 숭배'가 극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일보의 주장과 반대로 가면 그게 곧 정의와 개혁의 길이라고 믿는 '단세포적 발상'은 댓글에서나 구경했던 것인데, 그게 의외로 널리 퍼져있는 여권의 신앙이었던가 보다.

내가 이 사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배 씨가 어떤 인물이냐가 아니다. 자영업자의 고통은 모든 국민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코로나19에 최저임금제 등과 같은 정부정책이 겹치면서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렸다. 그런 고통을 토로하는 데 있어서 진보와 보수의 차이가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역지사지를 해보면 알 일 아닌가.

어떤 자영업자가 민주당 당원이거나 열혈 지지자라고 해보자. 그가 자신이 겪는 고통과 관련된 사회적 발언을 하면 '단순 자영업자'가 아니라 '정치적 인물'이 되는가?

명색이 진보언론이라면 정부정책을 옹호하더라도 자영업자의 고통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은 기껏 한다는 게 정부정책을 비판한 자영업자의 정체를 캐는 일이었다. 정말 실망스럽고 개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걸 좋은 방송이라고 널리 알린 조 전 장관은 더욱 딱하다.

나는 <조국의 시간>을 읽으면서 그와 그의 가족이 당해야 했던 '마녀사냥'과 '인격 살해'에 대해 가슴이 아팠고 때론 분노했다. 그간 유명인사의 스캔들에 하이에나처럼 몰려들어 물어뜯는 언론의 행태를 적잖이 비판하긴 했지만, 그건 본질적으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속돼 온 상업언론의 속성이라며 체념하는 듯한 주장을 하기도 했던 나로선 죄송한 마음까지 들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조 전 장관이라면, 누구보다 더 '마녀사냥'과 '인격 살해'에 대해선 분노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왜 그는 자신이 당한 것에 대해선 분노하면서도 자신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그렇게 당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선 무감각한 걸까?

옳거나 경청할 만한 말은 그 자체로서 평가되어야 하지, 그 발화자가 누구냐에 초점을 맞추는 건 옳지 않다. 아니 때론 그런 일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비판을 했다는 이유로 '메신저 죽이기'를 상례화하는 건 자멸로 가는 지름길이다. 우리편이 말하면 경청하겠지만, 반대편이 말하면 무조건 무시하고 때려야 한다는 건가.

문 정권이 골병이 든 것도 바로 그런 치졸한 '편 가르기' 때문이 아닌가. 지긋지긋하지도 않은가? 과연 '조로남불'의 끝은 어디인가? 나는 이번 사건이 마지막이었기를 간절히 바란다.

▲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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