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어도 몸은 왜 계속 더 아플까

이원영 / 기사승인 : 2021-06-29 11:5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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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가지 넘는 약 함께 처방 연 21만 건
약 부작용이 약을 부르는 악순환 계속
의존할수록 '건강 역주행' 현실 알아야
"더욱 위험한 것은 약의 '상승 작용'이다. 한 가지 약의 부작용이 5%의 위험성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함께 복용함으로써 부작용의 발병률이 2배, 3배, 4배, 5배로 증폭되어 가는 것이다. 의사들은 환자들이 약의 부작용에 관하여 모두 알아버리면 약을 절대로 복용하지 않게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부작용을 소극적으로 전달하거나 혹은 완전히 숨겨버린다."

약과 수술 위주의 공격적인 치료 방식에 의존하는 현대의학의 맹점을 신랄하게 비판한 미국 의사 로버트 멘델존 박사가 그의 저서 <나는 현대의학을 믿지 않는다>에서 설파한 내용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노령층으로 갈수록 약을 좋아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작년에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항생제 처방만 보더라도 2018년 일일 처방량(DDD)이 29.8로 OECD 25개국 평균 18.6보다 훨씬 높았다. 의사들은 약을 권하고, 환자들은 약을 원하는 '원만한 관계' 속에서 약에 대한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2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발표한 약물 처방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약 남용실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놀라울 뿐이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하나의 처방전에 14가지가 넘는 약이 들어 있는 경우가 21만 건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과다 처방은 2016년 13만 건에서 4년 만에 61.5%가 늘어난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같은 약물 복용이 특정 증상을 단기간에 없애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 등과 같은 만성병 환자들이 이런저런 새로운 증상들을 다스리기 위해 상시적으로 복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의 매일 밥 먹듯 약을 한 움큼씩 먹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약을 먹다가 부작용이 생기면 또 다른 약을 처방받고 하는 식으로 약이 계속 불어나고 있다. 아프고-약 먹고-약 부작용 생기고-또 다른 약 처방하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약이 아픈 몸을 낫게 해줄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약을 신줏단지 모시듯 한다. 약을 적게 먹으란 조언도 '아픈데 어떡해' 하면서 귓전에 담지도 않는다.

한국 약물 독성학의 권위자인 정진호 박사는 <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에서 "약은 먹는 양이 많아지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또한 특이체질에 의한 약의 부작용은 발생 빈도가 낮더라도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계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약들은 기본적으로 치료약이 아니다. 치료약이라함은 증상의 근본 원인을 없애주어 약이 필요 없는 상태가 되어야 하는데 그런 치료약으로 인정받는 약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증상을 억제, 또는 완화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는 원인을 없애는 역할은 하지 못한다. 고혈압약, 당뇨약, 콜레스테롤약 등 대부분의 성인병 약들이 이에 속한다. 이들 약의 부작용으로 또 다른 증상이 생기면 이를 억제하는 약을 처방받다 보니 그 가짓수가 점점 늘어나지만 몸이 건강해지지는 않는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사람들은 건강해지려고 약을 먹지만 실은 그 약 때문에 건강에서 점점 멀어지고 약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잘 인식하지 못한다. '건강해지고 싶다면 병원을 멀리하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약 남용의 배경에는 약에 기대는 환자의 책임도 있지만 약의 부작용에 대해 진지하게 알려주지 않고 쉽게 '권하는' 의사들의 안일한 직업의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약과 수술이라는 기계적인 치료법에서 벗어나 인체의 면역력과 자연치유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세계적인 자연치유 전문가 안드레아스 모리츠는 <건강과 치유의 비밀>에서 이렇게 말한다.

"오로지 증상에만 치우친 의학적 접근법은 지구상에서 질병을 근절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질병을 치유할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버렸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만성질환의 발병과 그로 인한 죽음에는 다른 어떤 요인들보다 (증상 치료법이) 큰 원인이 되었다." 증상을 약물로 억누르는 방식의 치료법으로는 질병을 영원히 치유할 수 없다는 말이다.

'나는 왜 약을 열심히 먹는데 몸은 낫지 않고 계속 더 아프기만 하는가'란 의문을 던지는 사람이 적지 않다.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건강의 역주행을 깨닫는 순간이 어쩌면 건강해지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이원영 국제 에디터

U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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