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의 직설] 내 입에 달면 '사법정의', 쓰면 '사법 쿠데타'

이원영 / 기사승인 : 2021-07-07 14: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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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 씨가 요양급여 부정 수급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평가했고, 정세균 전 총리는 "검찰총장 출신답지 않게 검찰 수사를 무리한 수사라 단정짓더니 사법부 판결도 무리한 판결이라 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검찰총장 출신 대권후보의 거대한 악의 바벨탑이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그동안 검찰총장 사위란 존재 때문에 동업자만 구속되고 최 씨는 빠져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검찰총장 사위가 사라지자 제대로 기소되고 법적 정의가 밝혀졌다"고 했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가족에 한없이 관대한 검찰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했고, 강병원 최고위원은 "빙산의 일각만 드러났을 뿐인데 벌써 '윤석열 몰락의 종소리'가 울린다"고 했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그렇다면, 2년 전 윤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검증 실패에 대한 사과, 그리고 야당의 비판에 대응해 윤 후보자를 찬양했던 과거에 대한 사과도 곁들이면서 그런 공세를 퍼붓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럼에도 문 정권 인사들의 비판이 모두 다 좋은 말씀이라는 건 분명하다. 일단 법원 판결을 존중했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결이면 존중하고 불리한 판결이면 비난하는 내로남불을 저질러선 안 된다. 판결에 이의 제기를 하더라도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언어로 해야 한다. 그 누구건 동의할 수 있는 원칙일 게다.

나는 문 정권 인사들이 이번 판결을 계기로 앞으로 이 원칙에 충실하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불과 6-7개월 전 그들이 보인 전혀 다른 모습을 상기시켜 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 여러 사례들이 있지만, 여기선 딱 2개만 살펴보기로 하자.

2020년 12월 2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씨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던가? 우상호 의원은 "감정이 섞인 판결,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했고, 정청래 의원은 "억울하고 분한 판결"이라고 했다. 신동근 최고위원은 "'검찰 개혁 집중하느라 사법 개혁을 못했다'(는 말을) 오늘 뼈저리게 실감한다"고 했다. 김용민 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판사 사찰을 노린 것이 바로 이런 거였다"며 판사 실명까지 거론하며 '좌표'를 찍었다.

이수진 의원은 "괘씸죄로 단죄하고자 하는 의욕이 넘쳐나는 판결"이라고 했고, 김종민 최고위원은 "의심의 정황으로 유죄 판결을 한 것"이라고 했다. 홍익표 민주연구원장은 "재판부 선입견이나 편견이 상당히 작용한 매우 나쁜 판례"라고 했고, 조한기 사무부총장은 "검찰과 사법부의 유착에 새삼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총애를 받는 김어준 씨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사법이 법복을 입고 판결로 정치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튜브 '다스뵈이다'에선 "기득권이 반격하는 것", "죽어봐라 이 새끼들아, 이런 식의 판결", "결론을 낸 뒤 재판을 요식행위로 진행했다"는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다음 날 법무부의 윤석열 검찰총장 정직 2개월 중징계에 대해 법원이 '집행 정지 결정'을 내렸을 땐 어떤 일이 벌어졌던가? 이낙연 대표는 "대한민국이 사법의 과잉지배를 받고 있다는 국민의 우려가 커졌다"며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가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탄식이 들린다"고 말했다. 김두관 의원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 권력을 정지시킨 사법 쿠데타"라며 "헌법적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 탄핵, 김두관이 앞장서겠다"고 했다.

민형배 의원은 "대통령의 징계 재가를 번복하는 명백한 삼권분립 위반 아닌가. 일개 재판부가 대통령을 흔들어대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 김성환 의원은 검찰과 법원을 '기득권 카르텔'로 지목하며 "이젠 온라인에서 촛불을 들어야겠다"고 했다.

신동근 최고위원은 "법조 카르텔의 강고한 저항"이라며 검찰과 법원 통제 시스템 구축을 주장했다. 김어준 씨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있을 수 없는 판결"이라며 "검찰과 사법이 하나가 되어 법적 쿠데타를 만들어 낸 것 아니냐"고 했다.

놀랍다. 불과 6-7개월 사이에 법원을 바라보는 시각이 180도 달라졌다는 게 말이다. 그간 문 정권이 사법개혁을 열심히 해서 법원이 다시 태어나기라도 했다는 건가? 그게 아니라면, 바로 이게 감탄고토(甘呑苦吐)의 전형적인 사례가 아닌가 싶다. 감탄고토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뜻으로, 사리(事理)에 옳고 그름을 돌보지 않고, 자기 비위에 맞으면 취하고 싫으면 버린다는 뜻이다. 감탄고토도 정도 문제 아닌가? 하지만 문 정권에겐 감탄고토와 더불어 내로남불이 정체성처럼 돼버리고 말았으니 하나마나한 질문인지도 모르겠다.

문 정권 인사들은 윤 전 총장의 몰락을 바라겠지만, 중요한 건 그의 몰락 여부가 아니다. 문 정권의 내로남불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모두 윤 전 총장 지지자는 아니거니와 정파성과 무관하게 문 정권의 내로남불 자체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국정운영을 책임진 사람들이 "내 입에 달면 '사법정의', 내 입에 쓰면 '사법 쿠데타'"라고 하는 내로남불을 국정운영의 방법론으로 삼는다는 건 곤란하지 않은가.

송영길 대표는 "검찰총장 사위가 사라지자 제대로 기소되고 법적 정의가 밝혀졌다"고 했다. 이는 의외로 아주 중요한 말씀이다. "검찰총장보다 훨씬 강하거니와 검찰 인사권을 쥔 대통령 권력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라는 의문이 동시에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제대로 기소되고 법적 정의가 작동해 밝혀질 일들이 하나 둘이 아닐 수도 있다고 보아야 하는 건가? 송 대표의 발언은 바로 그 점을 간접적으로나마 시사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유념해둘 필요가 있겠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데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6·4 검찰 고위간부 인사와 6·25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보라. 정권안보 보호막을 세우기 위한 '편가르기'와 '내로남불'의 극치는 아니었을까? 사필귀정도 내로남불이 아니라면, 뒤늦게라도 사필귀정의 원리를 믿는 방향으로 개과천선(改過遷善) 하면 좋겠다. 그게 쉽진 않을망정, 우리 인간이 희망 없이 어찌 살겠는가. 조급해 하면서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부디 멀리 내다보면 좋겠다.

▲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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