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개념 없는 북한의 '단고기'와 '킹덤'

김당 / 기사승인 : 2021-07-23 17: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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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톺아보기] 23. '단고기'는 삼복더위 쫓는 '제철음식'
김정일, '고난의 행군' 기간에 "줴기밥에 쪽잠 자며 인민 걱정"
김정은, "풀과 고기를 바꾸자"며 '애국풀'과 토끼 기르기 독려

"북한에서는 소∙돼지고기가 부족해 집에서 개를 키워 잡아먹는데 남한에 오니 '애완견'이니 '반려견'이니 해서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지요."

 

▲ 2020년 8월 평양시 '단고기' 식당들의 요리경연 소식을 보도한 조선중앙TV [조선중앙TV 캡처]


북한에서 평성축산대학을 졸업하고 수의사 자격증을 딴 조충희 '굿파머스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조 소장은 북한에서는 '반려견'이란 개념 자체가 없다고 했다.

 

실제로 북한 〈노동신문〉(인터넷판)에서 '반려견'이나 '애완견'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기사가 전혀 검색되지 않는다. '개고기'로 검색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단고기'로 검색하면 43건(2018년~현재)의 기사가 검색된다.

 

북한에서 개고기를 '단고기'로 부르는 까닭

 

북한에서는 개고기를 단고기라고 부른다.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고 해서 단고기라고 부른다. 오죽하면 "오뉴월 단고기 국물은 발등에 떨어져도 약이 된다"라고까지 할 정도다.

 

북한에선 설명절에도 단고기를 먹을 만큼 애정(?)하지만 특히 삼복철 음식을 다룰 때 빠지지 않는 '단골 음식'이다. 삼복더위를 좇는 일종의 '제철음식'인 셈이다.

 

노동신문은 중복날인 21일 어김없이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삼복철 음식' 기사에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삼복철 음식은 단고기장"이라며 개장국(개고기를 된장 양념하여 푹 끓여낸 국, 보신탕)과 함께 단고기 요리를 소개했다.

 

▲ 노동신문이 중복날에 소개한 삼복철 음식들 [노동신문 캡처]


"우리 인민들은 열로 열을 다스린다는 의미에서 오랜 옛날부터 삼복철에 조밥을 더운 단고기장에 말아먹으면서 땀을 푹 내는 것을 훌륭한 몸보신으로 여겨왔다. 단고기장과 함께 단고기등심찜, 단고기갈비찜, 단고기위쌈, 단고기간볶음 등 부위별 단고기 요리들은 사람들의 건강에 좋을 뿐 아니라 그 맛이 독특하여 인기를 끌고 있다."

 

북한에서 단고기 요리가 발달한 것은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귀해 개를 식용으로 권장한 탓이 크다. 특히 최고 통치자의 '말씀'이 헌법 위에 있는 북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단고기 요리는 우리 인민들이 좋아하는 전통적인 민족요리다"라고 '교시'를 내린 덕분이다.

 

김정일의 '교시'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조선왕조실록'은 왕조의 기록이지만 조선시대 만민의 생활상이 들어 있다. 이를테면 국사편찬위원회의 '조선왕조실록' 사이트(sillok.history.go.kr)에서 '개고기'로 검색하면 8건(국역 기준)이 검색된다.

 

'조선왕조실록'에서 '개고기'로 검색해 보니…

 

그 일부를 소개하면, 연산군일기에는 승정원이 고을 수령들의 불법을 감찰한 내용을 임금에게 고하는 것 중에 진상한 말린 고기에 개고기와 염소고기를 섞은 것은 신하로서 불충이니 잡아들여 국문해야 한다는 대목이 있다.

 

"임실(任實)에서 범함 바 진상하는 포육(脯肉)에 개고기와 염소고기를 섞어 놓았으니, 신자(臣子)로서 차마 못할 바이온즉 청컨대 잡아 올려서 국문하시옵소서."(연산군 3년, 1497년 10월 20일)

 

선조실록(선조 26년, 1593년 2월 21일)에는 좌의정 윤두수가 압송해온 왜통사(일본어 통역) 김덕회에게 '적이 좋아하는 물건은 무엇이며, 적이 탐내는 물건은 무엇인가?'라고 문초하자, '참새를 잡아 매를 사육하며, 즐겨 먹는 음식은 고양이고기와 개고기이고, 탐내는 물건은 명주이며, 그 외에 목면 등을 별로 탐내지 않는다'고 답변했다고 고하는 대목이 나온다.

 

임진왜란 당시 왜통사가 일본군이 조선 땅에서 개고기와 고양이고기를 즐겨 먹었다고 고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효종실록(즉위년, 1649년 8월 19일)에는 사간원의 정언(정6품 관직) 이정영(李正英)이 "강원감사 유석(柳碩)은 국상을 당한 이때 방자하게 공석에서 고기를 먹고, 심지어 가장(家獐)을 마련해 먹으면서 맛이 없다고 화를 내며 요리하는 사람을 매로 쳐서 죽게까지 하였으니, 어떻게 이런 사람을 풍속을 살피는 직임에 그대로 둘 수 있겠습니까"라고 간언하는 대목이 나온다.

 

흥미로운 점은 실록에 "나라 풍속에 여름에 개고기를 삶아서 먹는 것을 가장(家獐)이라고 하고 개고기 구이는 견적(犬炙)이라고 한다"는 친절한 주석까지 달아서 설명한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집집마다 여름에 개고기를 삶아 먹는 것이 풍속이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종 2년(1661년 4월 6일)이 되면, 도승지 남용익(南龍翼)이 "근자에 사람들이 서로 잡아먹는다는 설이 나돈다"고 임금에게 고하자, 영중추부사(중추부의 정1품 관직) 정유성(鄭維城)이 맞장구를 치는 대목도 있다.

 

"한 행인이 길가의 집에 쉬러 들어갔더니, 그 집 주인이 삶은 고기를 내왔는데, 그 맛이 쇠고기도, 말고기도, 개고기도, 돼지고기도 아니어서 마음속으로 매우 괴상하게 여겼습니다. 나와서 집 뒤를 보니, 사람의 머리와 다리가 있으므로 비로소 그 고기가 사람고기라는 것을 깨닫고 놀라 달아났다 합니다. 이 말은 사람들이 많이들 전하고 있으니, 진실인 것 같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은 태조부터 제25대 철종에 이르기까지 472년간의 역사를 연월일 순서에 따라 편년체로 기록한 사적(史籍)이다. 그런데 한문으로 기록돼 있어 일반 대중이 접근하기 어려워 남북한 모두 국역 간행사업을 벌였다.

 

이에 따라 남한은 1968년부터 1993년까지 26년에 걸쳐 총 413책으로 완간했고, 이후 전산화 작업을 완료하여 1995년에 CD-ROM으로도 간행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보면, 북한의 경우 사회과학원에서 남한보다 늦게 1975년부터 시작했으나 1991년까지 앞당겨 완료해 총 400책으로 간행했다.

 

평양단고기집은 3대혁명붉은기 '단골' 수여

 

▲ 한상차림의 단고기국밥(맨위)과 단고기등심찜, 단고기다리찜 [노동신문 캡처]


북한은 최근 한국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정치상의 명령이나 법령)으로 '모범적인 단위들에 3대혁명붉은기를 수여함에 대하여'라는 공식 문건을 발표했다. '3대혁명붉은기'는 3대혁명(사상·기술·문화혁명) 수행에서 모범적인 단위에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생일과 당창건일 및 정권기념일마다 '정령'을 통해 수여된다.

 

'3대혁명붉은기 쟁취운동'은 1960년대 '천리마작업반 쟁취운동'의 연속으로 진행하는 북한의 대표적 대중동원 혁신운동이다. 김정일 주도로 지난 1975년 노동당 중앙위 제5기 11차 전원회의에서 결정되어, 그해 12월 함경남도 단천시 검덕광산에서 열린 궐기모임을 계기로 북한 전역의 공장∙기업소∙협동농장·학교·군부대로 확산됐다.

 

연례행사인 3대혁명붉은기 수여 소식이 발표되면 이는 북한 사회 각분야, 특히 경제사업의 각 단위별로 상반기 결산과 총화를 끝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위'에는 기관, 기업소, 협동농장, 대학, 학교, 군부대 작업반, 학급, 중대단위 등이 해당된다.

 

북한은 '3대혁명붉은기수여판정위원회'를 두고 나름의 판정 요강과 판정 과정을 거쳐 모범 단위들에 3대혁명붉은기를 수여한다. 쉽게 얘기하면 기업소가 국가로부터 받은 생산과제를 90% 이상 초과 수행하거나, 대학이나 학교 같은 비생산 단위에서 학급 전원이 최우등∙우등생이 되면 3대혁명붉은기를 수여하거나 2중∙3중으로도 수여한다.

 

하지만 탈북민들에 따르면, 현실에서는 목표 달성보다 뇌물이 더 판정에 유리하게 작동한다. 또 기업소 또는 농장의 당 간부들은 이 운동이 '작업반 단위로 진행된다'는 것을 역이용한다고 한다. 즉 여러 작업반의 생산실적을 한 작업반에 몰아줘 그 작업반의 생산실적인 것처럼 문서를 꾸며 판정 요원을 속이는 것이다.

 

뇌물까지 써가며 '실적 몰아주기'를 하는 것은 붉은기 쟁취가 당에 대한 충실성의 지표이자 '훈장'이기 때문이다. 단체 성원에게 주어지는 '3대혁명붉은기 훈장'은 국기훈장 2급에 해당되는데, 국기훈장 2급에 공로메달 몇 개를 타면 60세 퇴직 후에 배급식량 600g(매일), 현금 60원(매달)을 준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단위 책임자들이 상급 간부들에게 뇌물을 바치고, 단위 성원들을 쥐어짜는 배경이다.

 

북한에서 3대혁명붉은기 수여에서 빠지지 않는 모범 단위가 '단고기' 유통이나 요리 관련 업소들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평양단고기집'은 3대혁명붉은기 수여의 '단골'이다. 단고기를 좋아한 김정일 위원장 관련 일화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 노동신문에 실린 방문기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은 평양시 통일거리의 한복판에 단고기전문식당을 현대적으로 건설하도록 위치를 잡아주고 건물 형성안으로부터 원자재(개고기) 보장대책, 단고기 요리방법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가르쳐 줬다고 한다.

 

김정일은 평양단고기집을 즐겨 찾았다. 2000년 5월 김정일은 이곳의 '요리화첩'(메뉴판)을 보며 단고기가 요리가 70가지로 늘어난 것에 만족해하며 요리사들의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김정일은 죽기 1년 전인 2010년 3월과 4월에도 이곳을 찾아 요리사들에게 '세심한 가르침'을 줬다고 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평양단고기집 문을 열어 푸짐한 단고기를 제공했다는 대목이다.

 

"고난의 행군, 강행군 시기에도 중단없이 수도시민들에 대한 봉사를 진행하였는데 그때 평양단고기집에 와서 단고기국밥이며 단고기등심찜, 단고기갈비찜과 같은 푸짐한 음식을 마주한 사람들은 선뜻 수저를 들지 못했다고 한다. 그들은 한 공기의 죽으로 끼니를 에(때)우시고 줴기밥을 드시며 전선길을 이어가시는 우리 장군님을 우러러 감사의 인사를 삼가 드리었다."

 

"줴기밥에 쪽잠 자며 인민을 걱정"한 김정일과 인육 먹는 좀비들의 '킹덤'

 

▲ 단고기갈비찜(맨위)과 단고기순대, 단고기관절찜 [노동신문 캡처]


북한에서는 주먹밥을 '줴기밥'이라고 한다. 고난의 행군 기간(1995~2000년)에 식량난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장군님(김정일)이 줴기밥에 쪽잠을 자며 인민들을 걱정하고 계신다"고 선전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전문 요리사에게 단고기요리에 대한 '세심한 가르침'을 줄 정도로 '개고기 박사'라면, 북한에서 1991년에 국문 번역이 완료된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개고기 일화에 대해서도 알았을 것이다.

 

2019년 조선시대에 발생한 '이름 모를 괴질(역병)'과 기근 그리고 인육 먹는 '좀비'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이 방영돼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실제로 현종 11년인 1670년(경술년)과 1671년(신해년), 두 해에 걸친 '경신 대기근'은 당시 인구의 4분의 1인 100만명의 아사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 조선 역사에서 가장 참혹한 대기근이었다.

 

대기근이 발생하자 백성들은 농사용으로 도살이 금지된 소를 잡아먹고, 우역(구제역)으로 파묻은 죽은 소까지 파먹었다. 신해년에는 전염병까지 창궐해 사회 기강이 무너지고 반인륜적인 사건들이 끊이지 않았다. 저잣거리와 시장에서는 부녀자와 아이들, 종들이 개∙돼지보다 못한 값으로 팔려 나갔다.

 

급기야 조선왕실록에도 기록되다시피, 충청도에서 어미가 자식을 삶아 먹은 사건까지 발생해 조정에 보고되었다. 하지만 조정은 현종이 즉위한 직후부터 대비의 상(喪)에 착용할 복식과 기간 문제를 놓고 서인과 남인이 예송 논쟁과 당파 싸움으로 날을 지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육을 먹는 사건은 흉년이나 전쟁, 지배층의 폭정 등으로 백성들의 삶이 극단적으로 궁핍해질 때 나타났다. 한국의 민간단체가 '고난의 행군' 시기에 북중 국경지대에서 탈북자를 대상으로 식량난 실태를 조사할 때 너무 굶주려 인육을 먹는다는 증언들이 종종 있었다.

 

식인(食人)은 정권 안보에도 위협이므로 현종 때처럼 김정일 위원장에게도 그런 소문이 보고되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이 '고난의 행군' 기간에 평양 시민에게 단고기를 공급한 평양단고기집 요리사들에게 노력영웅 칭호와 국가수훈의 영예를 안긴 것은 일종의 국난극복 훈장인 셈이다.

 

▲ 북한은 2015년에 새로 개발했다는 초식동물 사료용 풀인 '애국풀'과 토끼 기르기를 권장하고 있다.[조선신보 캡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스위스에서 교육을 받은 탓인지 김정일처럼 기회 있을 때마다 단고기집을 찾아 요리법을 지도하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김정은도 2012년 평양단고기집 요리사들이 올린 편지를 읽고 "인민을 위해 헌신하는 참된 복무자가 되라"는 '사랑의 친필'을 보내고, 2019년에도 '평양단고기집의 좋은 요리방법과 기술을 다른 단위들에서 배우도록 은정 깊은 조치를 해주셨다'고 한다.

 

경제난과 유엔 제재에 대한 '정면 돌파전'을 선언한 김정은은 "풀과 고기를 바꾸자"며 '풀 먹는 집짐승(초식동물)' 사육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풀과 고기를 바꾸라는 것은 위대한 수령님(김일성)께서 이미 1950년대에 내놓은 명제"라며 김정은 집권 이후 2015년에 새로 개발했다는 초식동물 사료용 풀인 '애국풀'과 특히 집집마다 토끼 기르기를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호주는 사냥을 위해 들여온 회색토끼 24마리가 2억 마리로 늘어나는 바람에 지금도 토끼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김정은이 '제2의 고난의 행군'이라는 미명 하에 국경 봉쇄와 내핍, 단고기∙토끼고기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U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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