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축하'하지 않은 일왕…스가 정권에 악재 되나

권라영 / 기사승인 : 2021-07-24 11:4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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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회 선언서 '축하' 대신 '기념' 단어 사용
정부의 거듭된 요청 거절…스가 총리 낙담
코로나19로 인해 1년 미뤄진 2020 도쿄올림픽이 우여곡절 끝에 막을 올렸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는 여전히 개최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나루히토(德仁) 일왕도 개회 선언에서 '축하'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지지율을 만회하고자 하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 입장에서는 일왕이 축하하지 않은 올림픽이라는 꼬리표가 달려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지난 23일 도쿄 신주쿠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나루히토 일왕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나루히토 일왕은 지난 23일 밤 도쿄도 신주쿠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해 "나는 이곳에서 제32회 근대 올림피아드를 기념하는 도쿄 대회의 개회를 선언한다"고 말했다.

개회 선언에서 '축하' 대신 '기념'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영문 올림픽 헌장에 실려 있는 국가원수가 읽는 개회 선언의 예문에는 'celebrating'이라는 표현이 사용된다. 이 단어는 '축하'로도, '기념'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올림픽 위원회 웹사이트에 올라온 올림픽 헌장을 보면 해당 부분이 '축하(祝い)'로 적혀 있다.

지난 1964년 도쿄올림픽 당시 히로히토(裕仁) 당시 일왕도 이를 '축하'로 해석해 "나는 제18회 근대 올림피아드를 축하하며, 이에 올림픽 도쿄 대회의 개회를 선언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있는 상황이고, 일본 내에서도 개최를 반대하는 여론이 있는 만큼 '축하'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개회식 당일에도 올림픽 스타디움 밖에서는 올림픽 반대 시위가 열렸다.

일본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궁내청의 니시무라 야스히코(西村泰彦) 장관은 지난달 나루히토 일왕이 올림픽으로 인한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헤아리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개회식 전부터 '축하'가 다른 단어로 바뀔 것이라는 예상이 이어졌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궁내청과 정부는 해당 단어를 두고 의견 조율을 해 왔다. 정부 측은 '축하'를 사용하자는 입장이었으나, 궁내청은 이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스가 총리가 "궁내청이 결정한 것에 참견할 수 없다"고 해 '축하'를 '기념'으로 바꾸는 것으로 최종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은 이와 관련해 "올림픽에서 정권 부양을 목표로 하는 총리관저의 낙담이 크다"고 했다.

UPI뉴스 / 권라영 기자 ry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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