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인사이트] "주120시간 바짝 일하자"는 윤석열…그러면 사람이 죽는다

UPI뉴스 / 기사승인 : 2021-07-24 17: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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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평균 잔업 112시간. 아침 9시부터 밤 11시까지 반복되는 노동, 일본의 초밥 체인점 다이쇼 얘기다. 4일간 80시간 근무, 점장이란 호칭을 붙여주는 대신 잔업수당도 지급하지 않는 기업. 일본기업 'Shop99'의 경우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취업 준비생의 목표는 정규직이다.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준비를 시작할 정도로 열망이 강하다. 정규직이 되면 행복할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장시간 노동, 낮은 임금 등 온갖 방법으로 노동력을 빼먹은 뒤 잘라버리기 일쑤다. 해고할 때 어떤 보상도 해주지 않는다. 가끔 사내 연수라는 명목으로 온갖 모욕을 줘 스스로 퇴사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경기 침체와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노동력 착취를 일삼는 블랙기업이 늘어났다. 일본의 경우가 특히 심하다. 20년 이상 경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효율성이라는 미명하에 노동력을 쥐어짜더니 평생 고용, 복지우선 같은 일본의 고용철학이 사라졌다. 입사만 하면 무덤까지 보장해 주던 일본 기업들이 수익을 위해 비정규직과 파견근로, 임금 인하 등 각종 수단을 통해 압박을 가하고 있다.

우리도 사정이 비슷하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시작된 고용 변화가 2003년 부채 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더 심각해졌다. 은행의 경우 매년 사상 최고의 이익을 내면서도 일정 수의 인원을 정리하고 있다. 새로운 고용은 그만큼 일어나지 않는다. 자연히 노동의 강도가 세지고, 고용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많은 경우 블랙기업은 제재를 받지 않는다. 정부 입장에서 당장 눈앞의 고용 숫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기업을 막을 이유가 없다. 고용조건이 사회적인 통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이를 막을 방법도 없다. 기업의 탐욕이 최소한의 제어 장치도 없이 확대되면서, 블랙기업들은 많은 인력을 고용하고 그만큼을 해고하는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

아직도 개인이 주의하는 것 외에 이들을 막을 방법이 없다. 기껏해야 산재나 사망사고가 났을 때 기업의 책임을 가리는 정도다. 그런 기업에 들어가지 않으면 될 것 아니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건 지금이 어떤 세상인지 모르고 하는 얘기다. 옛날처럼 좋은 일자리가 많이 있다면 모르지만 10중 4명이 비정규직인 지금으로선 할 얘기가 아니다.

'120시간.' 지난 한주 언론을 장식했던 단어다. 게임업계처럼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바짝 일하고 이후에 쉬는 형태로 고용 형태를 유연화시켜야 한다는 의미였단다. 말을 한 쪽에서는 불만이 많다. 기업의 사정을 감안해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하자는 얘기를 조금 과장해서 말했을 뿐인데 120시간같이 자극적인 단어만 떼내 기사화했다는 것이다. 이해되는 구석이 있지만 그래도 할 얘기는 아닌 것 같다.

자본주의는 탐욕을 인정하는 제도다. 탐욕이 끝없이 커지면 자본가와 근로자 양쪽은 서로를 협력자가 아닌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 보게 된다. 이미 그런 경험이 있다. 산업혁명 직후 극심한 갈등이 그 경우에 해당한다. 1주에 120시간, 실제로 그렇게 일하면 사람이 죽는다.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이종우는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

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1962년 서울 출생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이종우 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종우 이코노미스트(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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