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컥했던 김정은, 이번 열병식은 왜 연설 안했나

김당 / 기사승인 : 2021-09-09 17: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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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톺아보기] 24. 지구상에서 유일한 북한의 심야 열병식
이번 9∙9절 열병식은 '무력과시' 아닌 '내부결속'용 축제 이벤트
김정은, 연설 안해…12.29 총사령관 추대 10년 기념일에 할 듯

"9월 9일 0시 환영곡이 울리는 가운데 조선로동당 총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열병광장 주석단에 나오시였다. 순간 우뢰(우레) 같은 '만세!'의 환호성과 '김정은', '결사옹위'의 함성이 하늘땅을 진감하고 환희의 축포가 황홀한 불꽃바다를 펼치며 연해연방 터져 올랐다."

 

▲ 73주년 9.9절 경축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쌍안경으로 열병식을 살펴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이 "공화국 창건 73돐(돌) 경축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이 수도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성대히 거행되었다"고 9일 보도했다.

 

노동신문(인터넷판)과 중앙통신은 '공화국 창건 73돌 경축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 성대히 거행' 기사를 사진(73장)과 함께 싣고 일제히 열병식 소식을 전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다른 때와는 달리 이날 오전까지 8일자 콘텐츠만 서비스했다.

 

이날 열병식은 예비군에 해당하는 노농적위군과 경찰인 사회안전군을 중심으로 진행됐으며, 비정규군이 중심인 만큼, 포 등 일부 재래식 무기만 선보였을 뿐이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전략 무기는 등장하지 않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예포 21발 발사와 함께 주석단에 등장했지만 열병식에서 연설을 하지는 않았다.

 

대신 리일환 당 비서가 연설자로 나서 "전체 인민이 한손에는 총을 잡고 다른 한손에는 마치와 낫과 붓을 잡고 조국수호와 사회주의 건설에서 영웅성을 발휘해왔다"며 "어제날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일심단결의 위력으로 현 난국을 타개하고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고조기, 격변기를 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9.9절 열병식에서 행진하는 노농적위대. 북한의 열병식은 표면적으로는 국가기념일의 경축행사나 군사력 과시의 일환이지만, 내면적으로 군의 충성 결의, 내부결속, 정권 안정성 과시 등 다양한 메시지를 담은 정치행사로 간주된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북한의 열병식은 표면적으로는 국가기념일의 경축행사나 군사력 과시의 일환이지만, 내면적으로 군의 충성 결의, 내부결속, 정권 안정성 과시 등 다양한 메시지를 담은 정치행사로 간주된다.

 

북한의 열병식은 기본적으로 구 소련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1948년 2월 8일 북한군 창설기념 열병식을 시작으로 오늘까지 40회 가까이 개최하는 동안 '경축 행사'와 '군사력 과시'라는 기본적인 틀을 유지해왔다.

 

2012년 김정은 공식 집권 이후로는 이번까지 10년 동안 11회의 열병식을 개최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을 끈 것은 2018년 9월 정권수립 70주년 열병식 이후 2년여만에 개최한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10∙10절) 기념 새벽 0시 심야 열병식이었다.

 

자정의 심야 열병식은 지난해 10∙10절 경축 열병식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이번 열병식이 앞선 두 차례의 0시 심야 열병식과 비교해 다른 점이 눈에 띈다.

 

▲ 비정규군인 노농적위군∙사회안전군 주도로 진행된 이번 9.9절 열병식에는 사회안전군 특별기동대종대∙군견수색종대 같은 특이종대가 눈에 띄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우선 기사 제목에서 보듯, 조선인민군 각 군종별 무력과 무기를 앞세우지 않고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으로 규모를 축소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의 민방위, 예비군, 과거의 학도호국단, 전투경찰 등에 해당하는 유사시 비정규군이 총출동한 셈이다.

 

노농적위군은 17∼60세 남성과 미혼여성 등 노동자·농민·사무원 등으로 편성된 예비군 조직으로, 규모는 북한 인구의 4분의 1인 570만 명에 이른다.

 

북한이 노농적위군을 중심으로 열병식을 진행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정권수립일이 노농적위군 열병식을 한 바 있다.

 

탈북 군인들에 따르면, 북한의 열병식은 수도 평양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지방에 주둔하는 부대원들의 참가는 일종의 시혜에 해당하며 공식적으로는 '훈련기록 우수자'들이 우선 참가선발 기준이라고 한다.

 

열병식 참가자들은 몇 달 간 고된 준비와 훈련을 해야 하지만 지방 주민들이 평양에 와서 장기 숙식할 기회를 주는 '시혜'에 해당하기에, 정규군을 제외하고 비정규군만으로 실시한 이번 열병식은 '소외된 비정규군'에 대한 일종의 배려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열병식은 코로나와 경제난에 시달리는 주민들을 다독이고 내부 결속을 다지면서 군인뿐 아니라 주민이 일심단결해 국가를 수호한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이번에도 김정은의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상징하는 '이민위천', '부강' 글귀가 담긴 대형 현수막이 김일성 광장을 장식한 가운데 열병식이 진행되었다. 그럼에도 김정은 위원장은 열병식에 참석만 했을 뿐, 연설은 하지 않았다.

 

▲ 9.9절 경축 열병식이 끝나고 김일성 광장에서 춤을 추는 평양 시민들 [조선중앙통신 캡처]


김정은이 떠나고 김일성광장에 남은 주민들은 예전처럼 불꽃놀이 축포 속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며 놀았다.

 

데일리NK가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7월부터 3만8000명을 동원해 내년 110회 태양절 기념 열병식을 준비해 왔는데 그중 1만5000명을 별도로 차출해 이번 열병식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10∙10절 열병식 때 "인민들에게 보상을 못해 면목이 없다"며 연설 중간 울먹이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연출했다. 하지만 이번 열병식에선 연설도, 눈물도 보이지 않았다. 더 성대한 경축 기념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김정일 사망 이후 인민군 총사령관에 추대돼 실질적인 집권 10년을 기념하는 12월 29일을 위해서 연설과 눈물을 아껴 놓았는지 모른다.

 

[표] 김정은 등장 이후 열병식 개최 현황

순번

기념일

참가범위

열병보고자/

/열병지휘관

특이사항

 

당창건 65돌 (2010.10.10)

정규∙비정규군

이영호 총참모장

/최부일 작전국장

•      김정은 등장, 비행쇼, 외부인사∙언론 초청, 무수단중거리미사일 영상공개, 생중계

 

정권수립 63돌

(2011.9.9)

 

노농적위군

김영춘 무력부장

/오일정

로농적위군사령관

•      생중계, 김정일 평양시민에 감사 전달

 

1

김일성 탄생 100돌

(2012.4.15)

정규∙비정규군

이영호 총참모장

/최부일 작전국장

•      생중계, 김정은 육성연설, 김정일 사망 전 발기, ICBM(화성13호) 공개

 

2

 

정전협정체결 61돌 (2014.7.27)

 

정규∙비정규군

 

장정남 무력부장

/양동훈 제5 군단장

•      개최 결정기관 변화, 선두그룹종대 변화, 20년 만의 정전협정일 개최, 리위안차오 중국 국가부주석 참석

•      특이종대: 평양시당원종대, 군수공업종대, 거리행진군악대

 

3

정권수립 65돌

(2013.9.9)

 

노농적위군

장정남 무력부장

/김금철

노동적위군사령관

•      노농적위군 주도, 전략무기 비등장

•      특이종대: 협동농장종대, 기업소별종대

 

4

정전협정체결 61돌

(2014.7.27)

정규· 비정규군

황병서 총정치국장 / ?

 

•      금수산궁전 광장에서 개최

 

5

 

당창건 70돌 (2015.10.10)

 

정규· 비정규군

 

리영길 총참모장

/위성일 1군단장

•      김정은 연설 및 핵∙미사일 비언급 , 붉은매 비행쇼, ICBM 화성14호, 300미리 신형방사포, 류윈산 중국 당정치국 상무위원 참가

•      특이종대: 핵배낭마크 종대, 소년단종대, 서해갑문건설종대

 

6

 

김일성 탄생 105돌 (2017.4.15)

 

정규∙비정규군

 

박영식 무력부장 / 위성일 제1군단장

•      김정은 연설 대독, 열병부대 및 지휘관 이름 호명, 새 군종으로 특수작전군, 북극성1,2, 스커드 개량미사일, 중거리미사일(화성12호) 등장,

외부기자 초청

 

7

 

군창건 70돌 (2018.2.8)

 

정규∙비정규군

 

박영식 무력부장

/김명남 평방사령관

•      외부 인사∙언론 참가 불허, 녹화방송, 김정은 연설 시 핵 비언급, 2017년 열병식보다 규모∙시간 반으로 축소, ICBM (화성14호, 15호), 중거리미사일(화성 12호) 북극성2, SRBM(이스칸데르) 등장

•      특이종대: 최고사령부호위종대, 도로군단종대, 정찰병∙전파탐지병∙군의근무병 종대

 

8

 

정권수립 70돌 (2018.9.9)

 

정규∙비정규군

 

리영길 총참모장/ 김명남 평방사령관

•      녹화방송, 김정은 비연설, 전략무기 비등장, 재래식 신형 및 개량무기 등장, 률전서 중국 전인대상 무위위원장 비롯 축하대표단 참가

•      특이종대: 판문점부대 참여

 

9

 

당창건 75돌 (2020.10.10)

 

정규∙비정규군

리병철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박정천 총참모장

•      새벽 0시 열병식, 김정은 연설, 신형ICBM∙신형SLBM(북극성-4) 공개, 비행쇼. 재래식 신형무기 및 기존 장비 도색 변화, 개인 군복 및 장비 개량, 외부∙외국인 참가 배제, 코로나 상황에도 마스크 미착용

10

8차 당대회

(2021.1.14)

정규∙비정규군

리병철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박정천 총참모장

•      새벽 열병식, ICBM 대신 신형 추정SLBM(북극성-5ㅅ) 공개

11

정권수립 73돌 (2021.9.9)

민간∙안전무력

조용원 당중앙위 조직비서/강순남 노농적위군 사령관

•      새벽 열병식, 노농적위군∙사회안전군 주도, 전략무기 비등장

•      특이종대: 사회안전군 특별기동대종대∙군견수색종대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열병식의 특징과 전망(국가안보전략연구원), 노동신문 등 참조

 U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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