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벤츠 고성능 강화, 안전환경 '역주행'…5030·탄소중립과 '충돌'

김혜란 / 기사승인 : 2021-09-15 1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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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N' 벤츠 'AMG' 흥행…도심 속도 제한과는 멀어져
"도로 레이싱" "랭킹 경쟁" 과속 부르는 홍보·마케팅 전략
'탄소중립'에 인기 떨어진 유럽 고배기량차, 한국서는 환영
▲ 지난달 23일 시흥시 정왕동 한 4차로 도로의 4차로를 달리던 스팅어 사고 차량을 담은 유튜브. [유튜브 카라큘러]

#빨간색 차량이 굉음과 함께 빠르게 달리다 한 시설물을 들이받고 전복한다. 목격자 전언에 따르면 빨간색 스팅어 차량이 머스탱을 추격해 시속 200km는 넘게 달리다 사고를 냈다. 지난달 발생한 이 사고는 '오이도 스팅어 사고'라는 영상을 통해 많은 누리꾼 사이서 회자했다.

# 지난달 법원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24)에게 금고 1년을 선고했다. 그는 자신의 스팅어 차량을 221km로 운행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을 들이받아 숨지게 했다. 해당 도로의 제한속도는 70km였다.

'공도위의 카레이싱'을 방불케 한 두 사고. 이들 모두 기아자동차(스팅어)와 포드(머스탱)가 내놓은 고성능 차량이 연루됐다.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4월 도입한 '안전속도 5030' 시행이 무색하다. 이는 안전도심 외곽지역을 제외한 도심지역의 일반도로의 제한속도를 50km로 제한하고, 어린이 보호구역, 주택가 등 이면도로의 제한속도를 30km로 제한하는 정책이다.

법규 위반 차량을 잡기 위해 고성능 차량보다 더 빠른 스포츠카가 도입되는 촌극도 빚어진다. 최근 경기경찰 등은 스포츠 세단인 제네시스 G70 3.3 터보 모델을 투입하며 '암행순찰'까지 벌이고 있다.

▲ 벤츠 AMG GT의 외관. [벤츠 제공]

국내 완성차 업계에 때아닌 '고성능 바람'이 불고 있다. 동급·동가의 자동차와 비교해 그 상위급 자동차의 동력 성능을 뿜어낼 수 있는 자동차가 바로 현재의 '고성능 차량'의 개념이다.

'안전5030'의 나라에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도로 위의 레이싱카'라는 수식어로 자사의 고성능 AMG 차량을 소개한다. 쿠페형 차량인 현대자동차 벨로스터, 기아의 스팅어는 각사의 대표적인 고성능 스포츠카다. 최근에는 준중형 세단인 아반떼가 고성능 브랜드인 'N'이란 엠블럼을 달고 나온다.

▲ 현대차 고성능 '아반떼 N'의 모습. [현대차 제공]

아반떼 N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3초다. 최대 엔진출력은 280마력에 최고 시속은 250km다. 지난 7월 출시 이후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자동차 애호가들 사이에서 "반값 벤츠"라는 별칭이 붙었다. 현대차는 '랩 타이머' 'N어플리케이션' 등을 제공해 차량이 한 바퀴 주행할 때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준다. 여기에 랭킹 시스템을 도입해 다른 이용자와의 기록 비교도 가능하게 하자 '속도 경쟁'까지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일리있는 지적이다. 해외에서는 자동차 광고에 엄격한 규제를 둔다. 테슬라의 주행보조장치인 '오토파일럿'이란 단어가 운전자들을 완전자율로 착각하게 만든다는 비판에 독일 뮌헨 법원은 최근 이러한 명칭 사용이 허위 광고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러한 속도광은 다른 차주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매일 서울과 하남을 오가며 출퇴근하는 운전자 양순남 씨는 "도로에서 과속하는 차량을 보면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같은 스포츠카가 아니다"라며 "아반떼도 팝콘소리(스포츠카 특유의 배기음 소리)를 내며 달리는데, 가끔은 무섭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고성능 브랜드인 AMG는 지난해 국내에서 4355대가 팔려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올해도 8월까지 누적 5023대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인기를 지속하고 있다. 현대차의 N도 지난 7월 출시된 코나 N과 아반떼 N 등으로 고성능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현대차 딜러는 "운전 손맛과 속도를 즐기는 수요층이 견고하다"면서도 "카메라 없는 곳에서 속도를 즐기는 고객이 많은 거 같다"고 실토했다.

▲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메르세데스-벤츠 AMG 서울'의 전경. [한성자동차 제공]

전문가들은 이러한 차량이 국내 도로 실정과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도 시장의 기대와 홍보 차원에서 놓칠 수 없는 분야라고 분석했다. 벤츠는 이달 초 해외서는 6번째, 국내 최초로 서울에 벤츠 AMG 전용 센터를 론칭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가속력이 월등한 전기차가 양산되는 시점에서 고성능 시장은 끝물"이라면서 "다만 다양성 확보와 기술력 홍보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해당 라인을 키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영석 한라대학교 스마트모빌리티공학과 교수는 "고성능 차량이 마진이 좋으므로 이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 확보가 필요하다"며 "현대차는 고성능 브랜드가 없었기에 N으로 고성능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高)배기량인 고성능 차량 라인업을 강화하는 것은 자율주행·친환경 트렌드를 '역주행'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실제로 아반떼 N(가솔린 2.0 터보 플랫파워)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은 158~164g/km로, 일반 아반떼 모델(Smartstream IVT 기준)이 106~114g/km 정도인 것과 대조를 이룬다.

2021년형 벤츠 AMG GT는 248 g/km이다. 경쟁모델인 BMW 8시리즈(2세대)는 18g/km에 불과하다. 

현재 온실가스 규제 강화 글로벌 완성차 시장서 디젤과 가솔린 모델은 퇴출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의 '수입차 사랑'이 벤츠가 국내 고성능 시장을 키우는 배경이 됐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 미국과 유럽 FTA로 동일차량·동일규제다. 한국법이 느슨해서 규제를 피해 한국에서 (고성능) 재고떨이를 하려는 것 지나친 해석"이라면서 "다만 연료와 상관없이 수입차 선호도가 크기 때문에 해외 완성차 업체들이 내연기관 베이스의 고성능 라인을 키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해외 소비자들은 중고차 감가를 고려해 오래 탈 차를 고르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이에 비해 차량 교체 주기가 짧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연합이 2019년 4월 제시한 2030년 신차(승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은 lkm당 59g이다. 이때문에 유럽 언론에서는 "벤츠가 고배기량인 AMG 라인을 75%가량 줄일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2025년에는 이 기준이 km당 81g으로, 2030년에는 59g으로 강화된다. 올해부터 등록 차량 1대당 이 기준을 1g 초과할 때마다 95유로(약 13만 원)의 과징금(프리미엄)을 부과한다. 

우리 정부 역시 2050년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2030년까지 자동차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지금보다 24% 줄이기로 했다. 지난해 km당 97g이었던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89g으로 낮추며, 2030년에는 70g으로 줄일 계획이다.

U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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