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수상쩍은 조성은 행적…與에도 '리스크' 되나

허범구 / 기사승인 : 2021-09-16 11: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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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원장과 8월에 최소 두번 만나…野 반격 빌미
朴, 불똥 맞은 격…국정원 정치개입 논란에 與 곤혹
의혹 증거 김웅 대화방 폭파 의문…조씨 "원본 있어"
1억 마세라티 논란에 "형편되니 탄다" 발언 구설수
'고발사주' 의혹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대형 악재다. 의혹을 제보한 조성은 씨는 여권에겐 '은인'으로 비칠 수 있다. 눈엣가시 윤 전 총장을 무너뜨릴 저격수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 지난 2018년 1월 12일 당시 국민의당 의원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오른쪽)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전체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당시 비대위원이었던 고발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 씨. [뉴시스]

그러나 '국가정보원장과 한달에 두차례 만남' 등등. 수상쩍은 조 씨 행적이 차츰 드러나면서 평가가 반전되는 분위기다. 특히 과거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사진 등을 통해 고급 차량·주택을 자랑한 게 퍼지면서 부정적 여론이 번지고 있다.

조 씨가 각종 매체에 출연해 많은 말을 쏟아낸 것도 한몫했다. 일부 '실언'이 자충수가 됐다. 조 씨 정체와 함께 제보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형국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16일 "그간 조 씨가 보인 언행을 볼때 과시욕에다 관종기가 있는 타입으로 보인다"며 "럭비공 같은 제보자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자칫 여권에게 악재가 되는 '조성은 리스크' 가능성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조 씨가 터트린 폭탄은 당장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위험에 빠뜨린 형국이다.

조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한장이 화근이었다. 조 씨와 박 원장이 지난 8월 1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만나 오찬을 한 것은 야권 반격의 호재가 됐다. 특히 조 씨가 SBS 8시뉴스와 인터뷰에서 박 원장과 의혹 보도 날짜를 상의한 듯한 발언을 해 엎친데 덮친 격이다. 국민의힘은 두 사람 공모 의혹을 부각하며 국정원 대선개입 카드로 국면 전환을 꾀하고 있다.

조 씨와 박 원장은 의혹 논의 자체를 부인하며 공모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지난달 말 또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넷매체 '뉴스버스'가 지난 2일 의혹을 보도하기 일주일 전이다.

조 씨는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박 원장과 8월 두차례 만난 사실을 인정했다. 두번째 만남에 대해 "8월 넷째주였다"며 날짜를 특정하지 않았다. 그는 "(박 원장이) '근처에 있다, 차나 한잔하자'고 해서 업무 미팅을 하던 중 나갔다"고 설명했다. 만남 장소에 대해선 "(8월 11일과) 같은 곳이었다"며 롯데호텔 38층 일식집이었다고 했다.

앞서 박 원장은 8월 11일 만남이 알려지자 "이후에도 만났다"라고 말한 바 있다. 

반면 조씨는 최근까지 잡아뗐다. 지난 14일 CBS라디오에 나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패널)가 "박 원장을 8월 11일 이후 또 만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박 원장이 국내에 있을지 어디에 계실지도 모른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시 답변 내용을 언급하며 "금방 드러날 거짓말을 왜 했을까"라고 꼬집었다.

두 사람은 '사적인 만남이었을 뿐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어떠한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반격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국가 최고 정보기관 수장이 한달에 두번이나 의혹 제보자를 상대했다는 건 단순한 '사적 만남'으로 볼 수 없다"며 "'윤석열 죽이기'를 위한 공모 의도가 뚜렷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9월 8일에도 두 사람이 만났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조 씨는 이달초 만남은 부인했다. 조 씨는 "그날 온종일 수사기관에서 포렌식 절차를 지켜봤다"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고발사주' 정국 한가운데에 박 원장이 들어서자 냉가슴을 앓는 눈치다. 조 씨가 언론 인터뷰에 적극 나선 것이 야당에 역공의 빌미를 주고 있는데 박 원장의 '참전'이 상황을 더 꼬이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 원장은 최근 "잠자는 호랑이가 정치에 개입 안 하겠다는데 왜 꼬리를 콱콱 밟느냐"며 윤 전 총장 측에 경고장을 날린 바 있다. '국정원 배후설' 제기에 제동을 걸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동시에 정치 한 복판으로 뛰어드는 모양새로 보인다. 정치 9단 출신인 박 원장이 대야 공격수로 전면 등판하면 고발사주 의혹은 국정원 정치개입 논란으로 변질될 공산이 크다.

조 씨가 지난 4, 5월쯤 페이스북에 올린 고급 외제차 '마세라티'를 둘러싼 논란도 국민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 씨 도덕성 문제를 부각하고 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국세와 직원 월급을 체납하면서 1억원 넘는 고급 승용차를 자랑하는 사진을 올리고 용산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에 산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도대체 자금이 어디서 나왔을까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조 씨는 한 언론과 통화에서 반박했다. 마세라티 차량에 대해 "경제적 형편이 되니까 타는 거 아니겠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처럼 젊은 여성이 사업을 하려면 적정한 외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발언"이라는 비판이 적잖다.

▲ 고발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씨가 자신의 SNS에 공개한 마세라티 차량 사진. [조 씨 SNS 캡처]

그런데 조 씨가 타고 다닌 1억원대 이탈리아 스포츠카 마세라티는 지난 4월 등기임원으로 취업한 정보통신(IT) 벤처기업 A 사 명의로 리스(장기임대)한 차량인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A 사는 정부지원금과 투자를 유치해오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 조 씨를 영입했다. 또 조 씨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법인 명의로 마세라티를 리스해 제공했다고 한다. 그러나 조 씨는 A 사에 취업한 직후부터 사측과 갈등을 빚으며 퇴사 절차를 밟고 있다. A 사는 마세라티 리스 비용을 대지 않아 조 씨는 자비로 차량을 유지했다고 한다.

조 씨가 작년 4월 3일 국민의힘 김웅 의원과 고발장 파일을 주고받던 텔레그램 대화방을 삭제한 것도 의문이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정황이 담겼을 대화방을 공익제보를 앞두고 없앴기 때문이다. 그는 대화방을 삭제한 상태로 자신의 휴대전화를 지난 9일 공수처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과 달리 그동안 텔레그램 대화방을 유지하고 있던 조 씨가 그 대화방을 '폭파'한 시점은 지난 2일 고발사주 의혹' 첫 보도가 나온 직후였다고 한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스스로 공익제보자라고 하면서 휴대전화에 있는 자료는 김웅 의원과의 대화방을 삭제한 뒤 제출했다고 하니 그것도 참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왜 방을 폭파시켜 스스로 증거능력을 훼손하나"라며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조 씨는 페이스북에서 "텔레그램 대화 소스를 디지털 원본으로 그대로 가지고 있고 수사기관에 모두 제출해 디지털 포렌식과 진본 확인을 마쳤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선 "조 씨 주장이 맞더라도 결과적으로 증거의 신뢰성을 스스로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이 나온다.

조 씨가 SNS에 글과 사진을 올려 자신을 적극 알리고 다변에다 논쟁을 마다 하지 않는게 제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닮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2 조만대장경'이라는 비유가 나오는 이유다. 

U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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