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인사이트] 부동산, '더 오르냐,떨어지냐'가 문제가 아니다

UPI뉴스 / 기사승인 : 2021-09-18 21:3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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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5%p 증가하거나
부동산값이 50% 이상 오르면 금융위기 발생한다는데
한국은 두번째 조건은 이미 충족, 첫번째 조건도 근접
2017년까지 중국 최고 부자였던 헝다그룹(에버그란데)이 부도 위기에 몰렸다. 부채 규모는 1조9천억 위안, 우리 돈으로 따져서 360조 원이다. 중국의 경제 규모가 우리의 10배니까 이를 감안해 환산하면 36조의 빚을 가지고 있는 한국기업이 위기에 처한 셈이 된다.

그 동안 중국 정부는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건설회사에 두 가지 원칙을 지키라고 종용했다. 현금이 단기부채보다 많아야 하고, 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400%를 넘지 말라는 게 그것이었다. 헝다그룹은 현금이 단기부채의 20~30%를 넘은 적이 없다. 많을 때에는 부채비율이 700%에 육박했기 때문에 정부가 내놓은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셈이 된다.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은행이 여신공급을 중단하자 곧바로 유동성 위기에 들어갔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헝다그룹은 아파트를 30% 할인한 가격에 내놓는 등 초강수를 뒀지만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정부 결정에 따라 앞으로 운명이 정해질 걸로 보이는데, 중국정부는 어떤 지원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공공연히 흘리고 있다. 정부가 지원에 나서더라도 이는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적당한 가격에 매각할 때까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헝다그룹이 중국전역에 2억㎡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는데 이를 시세대로 잘 팔면 2조 위안이 확보된다. 그 이후는 스스로 살면 좋고 안되면 할 수 없다.

국제 금융계가 헝다의 앞날에 관심을 보이는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2008년에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 세계의 부채 구조가 달라졌다. 위기 전에는 신규 부채의 80%가 선진국에, 20%는 신흥국에 제공되었는데, 금융위기를 계기로 해당 비율이 5대5가 됐다. 부채가 주로 늘어난 주체도 달랐는데 선진국은 정부가,신흥국은 기업에서 부채를 늘리는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전세계 부채 증가액의 25%가 신흥국 기업에 몰릴 정도였다. 중국은 특히 심해 2009~2015년 기업부채가 연평균 20%씩 늘었다.

헝다그룹이 금융위기 이후 늘어난 기업 부채를 다시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부동산에 대한 압박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많은 나라가 부동산 때문에 홍역을 앓고 있다. 8월 미국 주택가격이 1년전에 비해 18.6% 상승했다. 역사상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주택가격도 2006년 사상 최고치보다 40% 높아졌다.

우리나라는 내년 대선이 부동산 평가의 장이 될 거란 예상이 많고, 유럽도 눈앞에 있는 불을 끄기에 정신이 없다. 그만큼 부동산에 따른 정치적 압력이 거세진 것이다. 우리 가계부채 규모를 생각할 때 중국이 남의 일 같지 않다. 5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5%p이상 증가하거나, 부동산 가격이 50% 이상 오르면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우리는 이미 두 번째 조건을 채웠다. 3년간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3.8%p 늘어났으니까 앞으로 2년 동안 1.2%p만 더 증가하면 첫 번째 조건까지 채우게 된다.

지금은 단순히 부동산 가격이 오르냐 떨어지냐의 문제가 아니다.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느냐 없느냐로 상황이 발전했다. 각국 정부입장에서는 혹시 있을지 모를 위기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다.

▲ 이종우 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종우는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

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 1962년 서울 출생 △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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