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집' 전세대출 안 나온다…"무상임차는 증여세 위험"

안재성 / 기사승인 : 2021-10-21 17:5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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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는 '전세 난민' 신혼부부들…"우리는 어디 가서 사나요?"
A(30·남) 씨는 내년 3월 결혼 예정이다. 요새 전셋값이 엄청 오른 데다 전세 매물 자체가 귀해서 신혼집 구하기에 애를 먹었다. 고민하던 차에 마침 부친 집의 세입자가 다른 곳으로 이사한다고 해 집이 비게 됐다. 낡은 집이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닌 A 씨는 예비 신부와 함께 그 집에 들어가기로 하고, 은행에 전세자금대출을 신청했다.

하지만 은행은 전세대출을 거절했다. '부모 집'에 세입자로 들어갈 때의 전세대출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는 것이었다. 신용대출을 동원해 봐도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전세금조차 마련할 수 없어 A 씨는 한숨만 내쉬고 있다.

작년에 결혼한 B(32·남) 씨는 처음부터 신혼집 걱정은 하지 않았다. 어머니 이름으로 청약한 아파트가 때마침 완공돼 그 집에 들어가 살라고 해준 덕이었다. B 씨의 부모는 전세금조차 받지 않고, 무상으로 임대해줬다.

그게 문제가 됐다. 올해 B 씨의 상황을 기획 세무조사한 국세청은 어머니가 받지 않은 전세금을 증여로 판단했다. 주변 시세를 감안해 증여 재산을 약 3억5000만 원으로 계산한 국세청은 약 4000만 원의 증여세를 추징했다.

▲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 부모의 집에라도 들어가는 신혼부부들이 있다. 그러나 부모 등 가족의 집에 세입자로 들어갈 때는 전세대출이 나오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전세 난민'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전셋집을 찾아 여기저기 발품 파는 세입자들을 칭하는 용어로, 전셋집을 구하기 너무 힘든 현실을 자조하는 표현이다.

특히 당장 결혼해야 하는 신혼부부들은 신혼집을 반드시 구해야 하는 처지라 걱정이 더 크다. 어렵게 전셋집을 구하더라도 요새 전셋값이 너무 오른 상태라 감당하기 힘들다. 부모 도움 없이는 수억 원의 전세금을 마련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운데 부모가 도와줄 경우 즉시 증여로 걸릴 위험이 크다.

그런데 고민 끝에 부모 집에라도 들어가려고 하면 전세대출이 나오지 않는다. 은행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며 고개만 젓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모뿐 아니라 형제자매 등 가족 명의로 된 집에 세입자로 들어갈 때는 전세대출이 불가능하다"며 "증여세 회피 목적 등 악용될 여지가 많아 금지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낮은 금리의 전세대출을 받은 뒤 부모가 전세금을 받지 않고 자녀에게 쓰도록 허락해주면, 사실상 증여나 다름없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부모가 전세금을 받지 않고 무상으로 임대해주면, 이 역시 국세청은 증여로 판단해 증여세를 추징당할 수 있다.

세무법인 관계자는 "근래 국세청의 태도가 무척 엄격해졌다"며 "부모의 전세금 지원이나 무상 임차 지원은 물론 주변 시세보다 전세금을 낮춰 받았다가 증여로 걸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A 씨는 "정부는 무슨 생각으로 신혼부부들을 이리도 고통스럽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그러니 출산율이 급감하는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세무 쪽 전문가들은 그나마 정식으로 돈을 빌리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권한다. 세무법인 관계자는 "부모에게 정식 차용증을 써준 뒤 실제로 매월 원리금을 상환하면, 국세청이 증여세를 추징하더라도 항변 근거로 쓸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다만 이 경우도 부모가 이자소득세를 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U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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