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보편적 상병수당' 도입 주장…재원 마련은?

조채원 / 기사승인 : 2021-12-01 15: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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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경제활동인구 대상…시범사업 결과 토대 시행"
'건강보험방식'으로 시행 전망…건보료 인상 불가피
재정 효율화 등 방안 구체화 필요성 제시해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보편적 상병수당'을 공약했다. 일하는 사람이 아플 때 충분히 쉬고 회복할 수 있도록 생계비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상병수당 도입 취지에는 별도의 논란이 없다. 하지만 '준조세'인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저항이 뒤따를 수 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왼쪽)가 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가인재 1차 MZ세대 전문가 영입 발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 후보는 1일 페이스북을 통해 17번째 소확행 공약으로 "모든 경제활동인구를 대상으로 보편적 상병수당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상병수당 제도란 근로자가 업무와 관계없는 질병·부상으로 인해 경제활동이 불가한 경우, 적시에 치료와 회복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득 손실을 보장하는 사회보장제도다.

이 후보는 "상병수당은 182개 국가 중 174개 국가에서 실시할 정도로 보편적인 제도"라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미국과 더불어 상병수당을 실시하지 않는 나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건강보험법상 상병수당 지급 근거가 이미 마련돼 있고 정부가 내년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한다"며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조기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말하는 '시범사업'이란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소득·고용안전망 중층적 보강' 방안의 하나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7월 질병이나 부상으로 일하기 어려워진 취업자 263만명에게 최저임금의 60% 수준인 4만1860원을 수당으로 지급하는 사업을 실시한다. 대상은 6개 지역이고 예산은 110억 원으로 건강보험료를 통한 지원이 아닌 별도 예산으로 편성했다.

복지부는 지급 대상과 기간을 3개 모형으로 나누어 지역별로 적용한 후 효과성을 분석해 지급 조건과 방식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제도 설계를 보편적으로 하되 보장 수준이나 기간 등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가는 방향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아파도 서럽지 않도록 맘 편히 쉴 권리 보장"은 당연하고 인간적인 요구다. 사회적 효과도 크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 5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상병수당은 질병으로 인한 빈곤 예방에 효과적이다. 전염병 감염 위험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시범사업을 거쳐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자 하는 만큼 '무작정 퍼주기식 공약'이라는 비판은 피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도, 이 후보도 상병수당 지급을 위한 뚜렷한 재원 마련 방안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상병수당을 도입한 대다수 국가는 '사회보험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6월 발표한 '외국의 상병수당 제도에 관한 비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OECD 32개 회원국 중 28개 국가에서도 사회보험방식의 상병수당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6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상병수당 도입에 따른 소요 재정은 수급기간, 보장수준 등에 따라 연간 최소 4520억원에서 최대 1조5387억원까지로 추정하고 있다. 최대 1조 이상이 드는 공약이다.

그러나 2020년 건강보험 재정 총수입은 73조4185억원, 총지출은 73조7716억원으로 3531억원 적자다. 상병수당 도입으로 건강보험료 인상폭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건강보험료 인상률은 2018년 2.04%, 2019년 3.49%, 2020년 3.2%, 2021년 2.89%다. 매년 1%대였던 보수 정부의 두세배에 달한다. 건강보험 가입자와 기업의 부담이 가중되는 만큼 건강보험 재정지출의 효율화 방안 등의 재원마련책이 공약과 함께 제시됐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지난달 19일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의 개편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 측은 아직까지 건강보험료 관련 공약은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 후보는 그간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이 필요한 공약이나 정책을 질러놓고 철회하는 일을 되풀이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카드가 대표적이다. 부정적 여론이 앞서자 이 후보는 발을 뺐다. 그는 국토 보유세 신설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지난달 29일 "국민들이 반대하면 안 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 측은 "정책 유연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자평했으나 불신감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후보 공약이 언제 바뀌고 철회될 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보편적 상병수당도 일관성을 유지할 지 의문이다. 

U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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